일상

대학 수시에 관하여

무무뭉? 2023. 7. 22. 15:38

시작

안녕하세요. 이렇게 새로운 글로 인사드린지 너무 오랜만입니다.

바쁜 생활을 이어가다 보니 블로그를 썼다는 사실도 잠시 잊어버렸네요. 오랜만에 블로그 생각이 나서 들어왔더니 정말 많은 분들이 제가 작성한 수시에 관한 글을 읽어주셨더라구요. 감사한 마음에 제가 대학 생활을 하며 느꼈던 것들을 다시 한 번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오늘의 글은 기존에 작성했던 것처럼 직접적인 예시나 팁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지와 같은 추상적인, 그러나 수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한 번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제 블로그에 방문해주셨던 분들 중에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어주실지 모르겠네요. 만약 여러분이 이 글을 발견했다면! 여러분의 입시에 행운이 깃들기를!)

이 블로그를 시작한지 어언 4년이 흘렀습니다. 글의 시작에 앞서 간단한 제 소개가 먼저 필요할 것 같네요. 현재 저는 대학교 4학년에 재학중이며 내년에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제 1 전공은 컴퓨터이며 타 학과의 수업도 듣는 복수 전공을 하고 있습니다. 이정도면 얼추 이야기를 시작하기 괜찮을 것 같네요.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은 고등학교 1, 2학년 일 수도 있고 입시라는 문턱 직전에 서있는 고3이거나 혹은 부모님일 수도 있습니다. 모두에게 도움되는 이야기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우선 학과 선택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학과

 학창 시절 수학보다는 국어를, 물리보다는 지구과학을 좋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공부보단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인 저는, 컴퓨터 공학과를 단순히 전망이 좋고 돈벌이가 잘된다는 이유로 선택을 했습니다. 대학에서 생활하며 겪어보니 대부분의 친구들보다는 재능이 있더군요. 성적도 상위 20% 이상에 꾸준히 있었으며 때로는 한 손에 꼽을 정도의 성적도 받아 장학금도 탔습니다. 다만 모든 학생들이 저와 같지는 않았습니다. 컴공에 입학한 친구들의 1/4가 첫 1년 안에 심리적이든 현실적이든 포기를 하거나 무너집니다. 입학한 1/3이 그 다음해에 포기를 합니다. 4학년이 되어서 살펴보면 30%도 되지 않는 인원들만이 "열심히" 코딩을 합니다. 그러나 그 숫자들조차 온전하게 코딩을, 개발을 즐기지 않습니다. 억지로 하는 경향이 큽니다. 왜 포기하는 걸까요? 

 1.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하루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서 수 없이 많은 문장을 [작성하고] [지우고] [실행시키고] [에러나고]를 반복하는 그 과정은 지루합니다.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멋있는 해커, 돈을 긁어모으는 빌게이츠 등 상상과 현실은 매우 다릅니다. 엉덩이 힘이 가장 많이 필요한 분야에 코딩도 한 자부심 할 겁니다.

2. 적성에 맞지 않습니다. 사람이 생각하고 움직이는 모든 것들에는 '과정'이 있습니다. 컴공은 그 '과정'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어떻게 숫자를 옮기고, 저장하고, 계산하고 등등 그 '과정'에 대한 이해를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3. 생각보다 돈을 잘 못 법니다. 어느 학과든 마찬가지지만 컴공이 돈을 잘 번다는 이야기는 여러분이 컴공에 입학만 하면 1년에 1억씩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말 피 나는 노력을 해도 연 1억은 간당간당 합니다. 학년이 거듭될 수록 높아지는 취업시장의 문턱에서 본인의 실력에 대한 좌절감 때문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노력하면 그보다 더 성공할 수 있지만 사실 이건 다른 학과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디를 가든 본인의 노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노력을 하기 싫어하는 학생, 억지로 하는 학생은 결코 성공하기 쉽지 않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코딩을 즐겨하거나 코딩을 할 때 전혀 재미있지 않습니다. 적성은 뭐 그럭저럭 나쁘지 않습니다. 돈은 많이 벌고자 노력할 뿐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미 여기까지 왔고 더 이상 무를 수 없으니.. 이거라도 해서.."라는 마인드로 생활을 합니다. 자 이런 친구들은 결코 대학생활이 온전하게 행복할 수 없습니다. 나중에 지나고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후회가 있을까요. '아 그때 가라는 학과 말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을 할 걸..',  '하기 싫은 공부 밤새서 해도 결국 취업도 잘 안되는데..' 등등. 여자 친구들의 경우 꽃다운 20대의 40%를, 남자 친구들의 경우 20대의 50에서 많게는 70%를 대학에 쏟습니다. 그 시간은 분명 행복해야 합니다. 아니면 적어도 지나고 봤을 때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예시를 제가 속한 컴공으로 들었지만, 컴공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입학하고 저와 연이 스쳤던 학생이 몇이나 될까요. 어림잡아 100명은 넘을 것이고 200명은 안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본인의 학과를 좋아하는 경우가 30%도 되지 않습니다.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하다보면 '인생에 있어 제 1 가치가 돈이 되어야 하는가?', '돈을 보고 학과를 선택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라는 말이 있듯이 돈이 최우선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습니다. 즐기는 것이 진정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은 방법이 많습니다. 정 안되면 쿠팡과 같은 곳에 가서 단기 알바를 해도 됩니다. 꼭! 여러분이 즐길 수 있고 흥미가 있는 것을 찾아서 그걸 발전시키는 역량을 가르치는 학과로 진학하시길 바랍니다. 만약, 여러분이 그 어느 곳에도 흥미를 못 느낀다면 가장 잘 하는 것을 찾아서 그 학과를 선택하세요. (잘 하는 것의 기준에는 성적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컴공

 저는 소위 "취업 깡패"라고 불리는 '전화기'에서 '컴 > 전화기' 세대로 넘어온 초기 세대입니다.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알파고가 나왔고 세상의 부를 움직인 비트코인이 등장했으며 드론이 택배를 배송하고, 스타트업이 하루에도 수백개씩 생기고 사라지는 그 세대의 흐름에 초기 물살을 탔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컴퓨터 학과에 대한 인기는 절정에 달했고 지금에서도 많은 고등학생 혹은 부모님들이 컴퓨터 학과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학생활을 하며 [배우고 싶지 않은데 단순히 취업이라는 이유로], [부모님이 좋다고 하니까], [뉴스에서 컴퓨터 학과가 인기라고 하니까], [선생님이 추천해서 ] 등 다양한 타인의 결정에 본인 의사가 뒤로 밀려 컴공에 입학한 학생들을 많이 봤습니다. 과연 그 학생들이 잘 했을까요? 전혀 아닙니다. "컴퓨터 학과는 수학을 잘하면 좋다. 너는 수학을 잘 하니까 컴공을 고민해봐라." 선생님들이 가끔씩 하시는 말씀입니다. 네. 컴퓨터 학과 수학 잘 하면 좋습니다. 그러나. 컴공에서 사용하는 수학은 결코 여러분이 배운 고등학교에서의 미적분이 아닙니다. 기계공, 건축공에서 쓰이는 공학 수학도 아닙니다. 논리력을 따지는 논리 수학입니다. 사실 저는 코딩이 수학보다 토론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본인의 아이디어를 논리정연하게 순서에 맞춰, 문법에 맞춰, 오류 없이, 빠른 속도로 동작하도록, "작성"하느냐 입니다. 1 2 3 다음에 4가 나오듯 논리 흐름을 머릿속에서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수학을 아예 사용 안 하는 것은 아니나 그 정도는 필요에 의해 필요한 부분만 공부하면 됩니다. )

 대한민국의 교육 과정에서 이러한 논리 연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은 유치원때의 수학 방법 밖에 없습니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면, 사과를 먹기 위해서는 씨를 심고, 나무로 키운 다음, 사과가 열리길 기다리고, 사과를 수확해서 물로 세척을 해서, 칼로 껍질을 어쩌고 저쩌고.. 고등학교 때는 열리는 사과의 반지름과 표면적이 얼마고 그 곡선을 미분하고 적분하고, 사과가 얼마의 속도로 떨어지고, 자유낙하 속도가 어쩌고 저쩌고... 공식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공식은 여러분이 세기의 발명가가 될거 아니면 이미 구글에 다 있습니다. 계산도 여러분이 안 합니다. 컴퓨터가 해줍니다. 여러분이 할 일은 컴퓨터에게 명령을 내리는 역할입니다. 컴퓨터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르치고 컴퓨터라는 기계가 더 빨리 연산하도록 새로운 길을 만들어 주는 학과 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컴공을 단순히 돈벌이, 혹은 권유에 의한 학과로 선택하려고 한다면 저는 한 번쯤 말리고 싶습니다. 만약 진짜 컴퓨터가 좋아서 선택한 것이라면 환영합니다 후배님 ㅎㅎ


중학생 혹은 고 1, 2 친구들에게

 다들 유치원 때 어른이 되면 무얼 하고 싶은지 적어 내는 숙제를 분명히 해봤을 겁니다. 과연 여러분은 그때 어떤 직업을 썼을까요. 어릴 때 처럼 순수한 마음가짐으로 진로를 고민하는 것도 좋습니다. 돈을 보고 선택하는 것도 좋습니다. 부모님의 의견을 따르는 것도 좋습니다. 모두의 의견을 종합해서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도 좋습니다. 책에서 찾는 것도 전통적인 방법이며 매우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여러분의 의지가 담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선택에는 여러분의 책임이 따릅니다. 선택 조차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이 지구에는 아직도 너무 많습니다. 여러분은 그들보다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가지는 그 '선택'에 대한 권리에 본인의 의견이 분명하게 들어가야합니다. 만약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면 잠시만 멈춰서 생각하고 가도 됩니다. 총알을 발사할 때 총구의 위치가 1cm만 달라져도 100m, 1000m, 10Km로 나아갈수록 그 방향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집니다. 


고 3 친구들에게

 고3 학생들의 경우에는 안타깝지만 수시로 지원하는 경우에 멈출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학년 친구들의 경우 6개월에서 1년 이상 멈춰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고3 친구들의 경우에는 잠시 멈추는 것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런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길은 수 없이 많다." 입니다. 컴공에서도 사실 서비시를 개발하는 개발자가 있으며 그를 매니징하는 프로젝트 매니저도 있고, AI 기술만을 개발하는 AI 전문가도 있으며, IT 기술을 접목한 마케팅, 법률, 경제, 스포츠, 생활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만약 멈출 자신이 없다면, 혹은 멈추기엔 너무 늦었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길을 계속 달려가십시오. 대학에 입학한 뒤 복수전공이나 전과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선은 수시에 합격해서 과를 바꾸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라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간혹 몇몇 친구들이 고3 막바지에 가서 학과를 바꿔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수시 종합으로 지원할 생각이라면 말리고 싶네요.(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고3 친구들의 경우 9월부터 본격적으로 수시라는 과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선생님들과 상담하며, 혹은 부모님, 친구들과 이야기 하며 좌절하거나 자신감을 찾거나 다양한 방향으로 감정이 요동칠 것입니다. 우선 선생님들이 나이스에서 보여주는 자료들에 너무 맹목적으로 따라가지 마세요. 상향을 넣는 것에 주저하지 않길 바랍니다. 수시는 결국 면접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감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여러분 스스로를 믿지 않으면 면접관들이 어떻게 여러분을 믿겠습니까. 본인에 대한 자존감과 자부심을 적당히 키워두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님이 강요한다고 하더라도 6개라는 수시 지원 카드 중에 하나 정도는!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써도 괜찮지 않을까요? 친구들과 이야기 하며 서로 자존심에 스크레치가 나거나 질투심이 들 수 있는데 그러지 맙시다! 친구잖아요 ㅎㅎ. 졸업하고 나면 보고 싶어도 보기 쉽지 않은 친구들입니다. 서로 응원해주며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부모님들께

 부모님들의 경우에는 이미 사회를 한 번 경험했기에 힘든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돈/시간/인간관계/건강 등의 가치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알고 계십니다. 하지만 학생인 우리는 전혀 모릅니다. 특히 공부나 운동만 했던 학생들의 경우 사춘기가 지나며 그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방황할 시간이 어디 있냐며 꿈을 밀어붙여도 결국에는 자기 자리에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는 적성에 맞지 않아서 휴학을 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고, 군대를 다녀와서 다른 학과로 편입 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습니다. 결국에는 본인이 선택해야 하는 시간이 찾아오게 되는데 그 시간을 굳이 부모님이 강제하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오히려 그 시간을 본인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가족끼리 캠핑/여행을 가거나 요리 클래스를 경험시킨다거나 하는 식으로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에게

 이 파트에서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고등학교 때의 수업으로는 여러분의 적성을 완전히 찾을 수도 없고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습니다. 국영수는 국영수입니다. 그 밖의 세계에서는 필요도가 낮아지죠. 진로를 정할 때 본인의 과목 적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큰 개념에서 생각하길 바랍니다. 남들보다 요리를 잘 한다거나, 남을 웃기는 것을 좋아한다거나, 프라모델을 좋아한다거나 등등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시고 그 다음에 운동을 잘하고, 남들보다 지구과학에 흥미가 높으며, 과학 실험을 잘 하고 등등 잘하는 것까지 전부 다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인생에서 무엇으로 나의 20대를 그릴지 하나의 색을 고르는 과정이지만 때로는 물감 한 방울이 연못 전체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시길 바랍니다.